졸업생 인터뷰

공공, 교육과 연구, 민간 사회혁신 분야,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졸업생들의 생생한 진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원진 (석사, 박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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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되셨나요? 전공을 선택하면서 가지셨던 기대나 생각 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학부 시기에 복지국가와 사회보장정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스웨덴, 독일 등과 같이 흔히 알려진 서구사회의 선진복지국가 사례처럼, 한국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결국 사회권이 크게 확장된 강한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제가 학부생이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소위 진보진영과 시민사회에서도 현대적인 복지국가 담론이 그다지 강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저도 어렴풋이 복지국가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제대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학부를 졸업한 후 우연하게도 근처 사회복지관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게 되었습니다. 거시 수준의 복지국가 담론에 관심이 있었지만 사회복지 현장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던 저에게, 사회복지관에서의 복무 경험이 사회복지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대규모 소득보장제도나 노동시장정책도 중요하지만, 지자체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제도와 실천이 사람들의 삶을 촘촘하게 살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사회복지개론, 사회보장론, 사회복지정책론, 복지국가론 등과 같은 사회복지학의 전공서를 읽었고,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국, 공익근무요원을 마치고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하였습니다.

 

실제로 사회복지학과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학부 시기에 사회복지학은 물론 정치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 영역의 수업을 거의 듣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과학이 어떤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대체로 사회과학은 첫째, 사회적 현상을 분석·해석·설명하고 이론을 발전시키는 역할과 둘째, 현실에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개선하는 정책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전자를 ‘진리 탐구’, 후자를 ‘정책 대응’이라고 거칠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학원에서 논문을 작성할 때 마지막에 ‘이론적 함의’도 쓰고 ‘정책적/실천적 함의’도 쓰곤 합니다. 물론, 두 가지 역할은 서로 얽혀 있습니다. 정책은 분석에 기초해야 하고, 분석은 정책에 기여해야 합니다.

제가 대학원 석사과정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이러한 두 가지 역할 중에서 ‘정책 대응’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실 부끄럽지만, 사회복지학이 ‘정책 대응’뿐만 아니라 ‘진리 탐구’도 한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학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통계 수업을 들으면서 ‘진리 탐구’의 넓고도 깊은 세계를 접하게 되었고, 계량 분석방법론에 상당한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자연과학에서는 실험으로 비교적 쉽게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지만, 실험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사회과학에서는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제가 대학원에서 보낸 시간의 많은 부분은 이러한 고민을 하는 데 쓰였습니다.

 

재학 중의 학업 및 진로탐색 방법,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이나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것 등이 궁금합니다.

솔직히 저의 학부 생활은 그다지 모범적이지 않았고, 돌이켜 생각하면 잘한 점보다는 아쉬운 점이 많이 남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양질의 수업을 많이 듣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종합대학에는 인문, 사회, 예술, 과학, 공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좋은 수업들이 많이 개설되어 있습니다. 저는 게으름과 단견으로 수업을 많이 듣지 못했는데,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좋은 수업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특히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아무래도 대학원에서는 좁고 깊게 공부해야 하므로, 학부 시절에는 전공을 넘나드는 폭넓은 지적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 직장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시간강사직을 제외하면 현재 직장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저의 첫 직장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 사회보장 분야의 대표적인 국책연구원입니다. 앞서 사회과학의 두 가지 역할을 ‘진리 탐구’와 ‘정책 대응’으로 거칠게 나누었는데, 당연히 국책연구원도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지만, 아무래도 국책연구원은 대학의 연구자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정책 대응’을 더 많이 고민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예를 들자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기초보장 분야 연구자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시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제도를 설계하고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2015년 맞춤형급여체계 개편 과정에 깊게 참여하였고, 지금도 제도를 종합 평가하고 발전 방향을 제안하는 과제를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부양의무자 기준, 재산 기준 등과 관련된 중요한 제도 변화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저의 지적·실천적 관심의 주요 키워드가 복지국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일하게 된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직장에서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사회복지학 전공이 직업 생활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자로 일하면서 ‘진리 탐구’도 하고 ‘정책 대응’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인빈곤은 저의 주된 관심 주제 중 하나입니다. 통계청은 매년 노인빈곤율을 계산해서 공표하고, OECD에 보고하여 다른 국가와도 비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지만, 국민연금의 성숙, 기초연금 확대 등으로 지난 십여 년간 시간에 따라 꾸준히 낮아졌습니다. 저는 노인빈곤율이 시간에 따라 왜 낮아지거나 높아지는지를 분석하고 있고(‘진리 탐구’), 그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노인빈곤율을 더 낮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정책 대응’).

사회보장 분야 연구자로서 사회복지학이라는 전공은 큰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복지학 전공자들은 사회보장제도의 원리와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용적인 정책적 사고에 비교적 익숙합니다. 다만, 점차 복지국가가 확대되고 사회적으로 사회보장정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사회복지학뿐만 아니라 경제학, 사회학, 행정학 등 타 전공자들도 사회보장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추세인 만큼, 사회복지학 전공자들도 더욱 우수한 연구/정책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박사님의 진로를 따라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어떠한 준비들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준비하는게 유리할까요?

저처럼 국책연구원에서 일하고 싶다면, 당연하게도 대학원에 진학하셔야 합니다. 학부생일 때는 물론 전공인 사회복지학도 열심히 공부해야겠지만,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 등 인접 학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다양한 사회 문제를 분석·해석하는 역량도 갖추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사회정책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정책결정 이면의 갈등구조와 정치적 권력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도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정책판단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증적·논리적 사고에 대한 연습도 필요합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잘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만, 본격적인 사회과학 연구자의 길을 고민한다면 영어와 수학도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직업에 대해 만족하시나요? 직장의 근무여건, 미래전망, 직업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등이 궁금합니다.

저는 국책연구원의 연구자로서 현재 직장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이 더욱 발전할수록, 사회정책 분야의 연구 수요도 증가할 것이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비롯한 국책연구원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의 보람과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무엇보다, 연구자로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내고 싶은 생각이 우선입니다. ‘진리 탐구’도 하고 ‘정책 대응’도 하는 좋은 연구자로 성장해서, 한국 복지국가 발전의 여정에서 말석에서나마 작게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보니 뭐가 제일 중요하더라,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결국 한편으로는 권한이 커지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책임이 커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즐겁고 도전적인 변화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두렵고 피하고 싶은 변화일 것입니다.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과 성향을 잘 파악하여 권한과 책임의 적절한 균형상태를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각자에게는 각자의 생각과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대체로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살아가는 방향이 모두 동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남들과 같든 다르든, 자신의 삶을 잘 가꾸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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