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게 되셨나요? 전공을 선택하면서 가지셨던 기대나 생각 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나네요. 30년도 넘은 이야기라. 막연하게 사회대에 가야겠다고 늘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경제학이나 사회학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존경하던 고등학교 선배언니 한분이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님이 적극 권유하셔서 원서를 넣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분야이고 미래가 촉망받는 학과라는 소문이 또 당시 1993년에는 파다하여 전공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경제학이나 사회학보다는 더 학문의 mission 과 목적의식이 확실한 학과여서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영문 홈페이지를 보니 왜 제가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게 된 것이 인생 최대의 행운이었는지를 잘 설명해주셨네요.
“The discipline of social welfare aims to improve human welfare and quality of life, especially for those who are socially disadvantaged or in vulnerable situations. Our mission is all forms of social intervention that have a primary and direct concern with promoting both the well-being of the individual and of the society as a whole, supporting community development, and constructing systems of social protection. Social welfare includes those provisions of social problems, the development of Human Resources, and the improvement of the quality of life. It involves social services to individuals and families as well as efforts to strengthen or modify social institutions.”
실제로 사회복지학과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학교생활이 재미있었습니다. 사회복지학과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아직도 만나고 있으니까요. 30년이 지난 지금. 사회복지학 개론, 사회정책 이런 과목들이 흥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상은 인간발달과 행동, 상담실습, 사회보장론 등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체육과목도 많이 들었고 인문대 교양강의도 많이 들었습니다. 사회대가 적성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한 나 자신을 내가 잘 몰랐던 것 같네요 지금 생각하면.
법학을 공부해서 legal mind 를 키우는 것이 나중에 사회생활할 때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한 선배에게 듣고 법학을 부전공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법학과목을 듣다 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시공부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도 고시를 봐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외무고시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잠시 외무고시를 준비하기로 하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영 공부가 손에 안 잡히더라구요. 매일 도서관 나가는 것도 힘들고, 고시관련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딱히 적성에 안 맞음을 깨닫고 집에는 고시공부를 하는 것 같이 이야기해 놓고, 학교 중도에 와서 매일 영화를 보곤 했습니다. 가끔 음악도 듣고.
어떤 일을 해야할지 정말 감이 안 잡히는 시절이었어요. 수업은 안 빼먹고 열심히 들었지만 사회복지계에 종사할 것 같지는 않았고. 교수님들께는 감사드린다는 말 뿐입니다. 늘 사랑과 이해로 포용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주로 많은 시간을 과사에 앉아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완탕면을 사먹으러 가고, 우루루 밥을 먹으러 가던 기억이 많은 학창시절이네요.
학업 및 진로탐색 방법, 그 당시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 혹은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것 등이 궁금합니다.
수업은 열심히 들었어요. 사회복지학과 과목 뿐 아니라 다른 사회대, 법대, 인문대, 체육대 과목까지. 호기심이 많아 배우고 싶은 분야들이 많았고 깊이 한 분야를 파기 보다는 잡학박식하게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적성에 맞았습니다. 딱히 뭐가 되고 싶다거나 하고싶은 직업이 없었거든요. 만약 꼽아야 한다면 외교관이나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어른들이 장래희망을 물어볼 때 외교관 혹은 국제기구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도 모른채요. 많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왠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 우리나라와 국제사회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게 멋있고 뜻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무고시 공부를 간만 보는 정도로 시작하면서 국제대학원에 지원했습니다. 아무 곳에도 적을 두지 않고 공부하는 것은 불안하니까요. 국제대학원 과목들을 들으면서 외무고시는 그만두고 국제기구쪽으로 파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제기구론, 국제법, 국제정치학, 국제경제학, 지역학 등의 과목들을 수강했습니다. 그러다가 국제기구 초급 전문가 (Junior Professional Officer, JPO) 제도에 관해 알게 되었고 지원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는 그 제도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지원자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영어 essay 와 Toeic 시험, 제2외국어 면접과 영어 면접이 있었는데 첫번 시험에서 탈락하고, 두번째 해에 지원했을 때 합격하여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노동기구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에 JPO 로 파견되는 행운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국제기구 초급 전문가 시험이라는 제도를 알아내어 응모한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온 것 같기는 한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다가, 내가 잘 볼 수 있는 비교우위가 있는 시험제도를 찾아낸 것이 큰 행운이었습니다.
늘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정보를 알아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제게 부족한 점은 끈기였어요. 고시공부가 적성에 안 맞고 잘 하지도 못하는데 그걸 했던 시간이 좀 방황기였고, 한동안은 언론사 시험도 준비한다고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 공부한 것도 일종의 진로탐색 시간이었던거죠. 언론사 스터디는 너무 좋은 선배들과 함께 해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맞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인생은 어떻게든지 자신에게 맞는 길로 풀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직장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국제기구 초급전문가로 뽑힌 후 저의 전공과 수강했던 과목들을 바탕으로 외교부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로 파견나갈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UNODC 와 ILO 두 기구를 생각하다가 결국 ILO 로 결정을 내리고 2002년 3월에 제네바로 떠났습니다. 그 이후로 타지 생활 22년째이네요. 이 직장이 저에게는 첫번째 직장이고 아주 잠시 외교부에서 영문에디터로 파트타임 알바를 했었습니다. 그때 외교부가 어떤 일들을 하는 조직인지 조금 배우게 되었지요. 그리고 유엔에 대해서도 실무적인 것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유엔의 관계, 우리 외교부의 활약 등을요.
2002년 3월 국제노동기구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같은 직장에 있습니다. 중간에 잠시 다른 기구로 옮겨서 근무한 2.5년을 제외하고는 ILO 내에서 계속 인사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 직장에서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사회복지학 전공이 현재 직업 생활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국제노동기구 (ILO) 아시아 태평양 지역사무소에서 인사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국 방콕에서 2020년부터 일하고 있고, 그 전에는 스위스의 제네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근무했습니다.
하는 일은 인사행정인데요, 제네바 본부에 있을 때에는 HR operations 을 담당하는 HR Partner 라는 직책을 맡고 있었습니다. HR Partner 는 사업부서들과 프로그램, 프로젝트 담당 관리자들의 일을 지원하고 매니저들과 함께 HR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협력하여 해결하고 조언을 해주는 Advisor 및 Collaborator, 인사 관련된 일들을 실행하는 Implementor, 그리고 다른 행정부서들과 연결해주는 Coordinator 이자 Communicator 역할을 하는 인사과의 전략적인 파트너입니다.
이 직업에 요구되는 자질은 일단 조직의 인사관련 규정과 규율, 정책, 시스템 및 프로세스 등에 깊은 지식이 있어야 하고, communication skills, interpersonal skills, tact and diplomacy, leadership and people skills 등이 요구됩니다. 주로 조직 내의 직원들과 관리자들을 상대로 조언 및 상담, 코디네이션을 하는 역할이라 인간관계의 기술들과 봉사 서비스 정신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의 복지와 well-being, social security,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mental health 및 근무환경의 최적화 등도 인사과에서 담당하는 일이라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것이 행운이었죠.
여러모로 인사과의 일들을 볼때 사회복지학 전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발달과 사회행동, organizational behavior, 조직 심리학, 상담, 사회사업실습 ,사회학, 사회보장론 등의 과목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노동법과 같은 일부의 법학 과목들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사회복지학의 정신이 가장 중요하죠. ILO 가 추구하고 표방하는 가치와 윈칙들이 사회복지학의 가치와 원칙들이니까요. "Social justice and decent work."
지금 현재의 직책은 아태지역 인사담당관입니다. 아태지역에 있는 약 850 여명의 직원들의 인사문제를 담당하고 인사관련된 정책과 행정을 총괄하는 일입니다.
선생님의 진로를 따라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어떠한 준비들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준비하는게 유리할까요?
가장 실질적으로 영어 및 어학의 기초를 갖추어 놓아야 하겠죠. 국제기구는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조직이니만큼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은 비단 언어능력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에 열려있는 openness 와 tolerance, 자신과 다른 문화적, 종교적, 인종적 배경을 가진 동료 직원들과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소통할 수있는 soft skills 및 넓은 의미의 커뮤니케이션 및 팀웍 능력을 의미합니다. Emotional Intelligence 와 respect, 그리고 포용력과 적응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UN 및 산하기구들에서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가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이 중 하나만 잘하고 다른 하나를 기초라도 공부해 놓을 것을 권유합니다.
국제기구도 일반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반드시 국제정치학이나 국제관계학을 전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이 분야의 지식이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만, 사회과학의 모든 분야들, 경영학, 법학은 물론 공학도도 필요하고,자연과학, 재무, 인사, 회계, 통계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인문학도, 통역번역, 그래픽 디자인, 환경, 기후, 의학, 생태학 등 국제기구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다양하고 폭이 넓습니다. 우리와 다른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과 사람에 대한 애정, 국제기구의 목적과 mandate 와 일치할 수 있는 가치관과 소양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겠죠. IT 능력을 향상하시고 AI 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지금의 직장에 대해서 만족하시나요? 현재 직장의 근무여건, 미래전망,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등이 궁금합니다.
직장에 대해서는 매우 보람을 느끼며 다니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의 근무여건은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떠돌이 생활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나라를 자주 옮겨 다녀야 하고 이사를 자주 해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여성에게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직장이기도 합니다. 출산휴가 제도나 육아보조 등이 잘 지원되고 있고, 가정일과 양립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도 유연한 편입니다. 코로나때부터는 재택 근무도 섞어할 수 있는 기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국제기구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밝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것은 장담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ILO 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사회적 정의와 양질의 고용입니다 (social justice and decent work). 근로자인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복지학도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며, 기술진보가 빛과 같은 속도로 진행되고 AI 가 도래하는 이 시대에 human-centered growth and development 를 이루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제 주변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 동료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운동을 좀 시작하고, 음악을 자주 듣고, 책을 더 가까이 하는 내면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소셜 미디어를 보고, 업무와 관련된 이메일부터 읽고 답하고, Teams, WhatsApp, Line, 카톡으로 온 각종의 메세지와 질문, 질의, 요구사항들에 응답하고 처리해야 합니다. 이 모든 소통의 도구들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connect 되어 있다고 느끼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실제적으로 사람들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공동으로 무언가를 하며 같이 시간을 보내고 소통하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아서, 이런 시간들을 늘려가며 의미있는 관계들을 쌓아나가며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이 이루고 싶은 것이겠죠.
살아보니 뭐가 제일 중요하더라,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인생 선배라고 딱히 더 많이 알고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닌것 같더라구요. 물론 사회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이 알게 되었지만 인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지는 않아서요. 대학생때 쓴 일기를 어느날 읽었는데 지금 생각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구요. 발전이 없는 건지. 50이면 지천명이라 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때 가졌던 고민들, 물론 지금은 그다지 큰 고민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왜 그런 고민들을 했는지 이해하고, 그때 가졌던 질문들이 아직도 물음표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 답을 못 찾은 질문들이 아직도 남아 있더라구요.
인생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어느 시점, 어느 나이에 있는지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들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20대에는 대학을 잘 가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 우정을 쌓는 것이 중요하고, 30대에는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직장에서 인정받고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겠고, 40대 50대에는 어느 정도 자신의 개인적 사회적 기반을 닦고, 자녀가 있으면 자녀의 건강과 교육 등이 중요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후회없이 내가 살아보고 싶은대로 살아보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해보고 싶었던 일, 배워보고 싶었던 것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보고싶었던 영화,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가봤다는 만족감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흔히 하시는 말씀들을 이미 많이 들어 보셨겠지만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몸과 마음의 건강을 늘 유지하는 것이 지금 50인 저로서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믿음 (종교적인 믿음도 있겠지만 자신이 믿는 가치, 그리고 자신이 잘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 소망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 사랑 (자신의 인생과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이 가장 중요합니다.
후배분들의 현재는 밝고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태까지 잘 살아오셨어요. 사회복지학과도 들어오셨고. 큰 행운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꿈꾸시는 삶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힘차게 나아가시길 기원해 봅니다.
어떻게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게 되셨나요? 전공을 선택하면서 가지셨던 기대나 생각 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나네요. 30년도 넘은 이야기라. 막연하게 사회대에 가야겠다고 늘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경제학이나 사회학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존경하던 고등학교 선배언니 한분이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님이 적극 권유하셔서 원서를 넣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분야이고 미래가 촉망받는 학과라는 소문이 또 당시 1993년에는 파다하여 전공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경제학이나 사회학보다는 더 학문의 mission 과 목적의식이 확실한 학과여서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영문 홈페이지를 보니 왜 제가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게 된 것이 인생 최대의 행운이었는지를 잘 설명해주셨네요.
“The discipline of social welfare aims to improve human welfare and quality of life, especially for those who are socially disadvantaged or in vulnerable situations. Our mission is all forms of social intervention that have a primary and direct concern with promoting both the well-being of the individual and of the society as a whole, supporting community development, and constructing systems of social protection. Social welfare includes those provisions of social problems, the development of Human Resources, and the improvement of the quality of life. It involves social services to individuals and families as well as efforts to strengthen or modify social institutions.”
실제로 사회복지학과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학교생활이 재미있었습니다. 사회복지학과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아직도 만나고 있으니까요. 30년이 지난 지금. 사회복지학 개론, 사회정책 이런 과목들이 흥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상은 인간발달과 행동, 상담실습, 사회보장론 등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체육과목도 많이 들었고 인문대 교양강의도 많이 들었습니다. 사회대가 적성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한 나 자신을 내가 잘 몰랐던 것 같네요 지금 생각하면.
법학을 공부해서 legal mind 를 키우는 것이 나중에 사회생활할 때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한 선배에게 듣고 법학을 부전공으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법학과목을 듣다 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시공부를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도 고시를 봐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외무고시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잠시 외무고시를 준비하기로 하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영 공부가 손에 안 잡히더라구요. 매일 도서관 나가는 것도 힘들고, 고시관련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딱히 적성에 안 맞음을 깨닫고 집에는 고시공부를 하는 것 같이 이야기해 놓고, 학교 중도에 와서 매일 영화를 보곤 했습니다. 가끔 음악도 듣고.
어떤 일을 해야할지 정말 감이 안 잡히는 시절이었어요. 수업은 안 빼먹고 열심히 들었지만 사회복지계에 종사할 것 같지는 않았고. 교수님들께는 감사드린다는 말 뿐입니다. 늘 사랑과 이해로 포용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주로 많은 시간을 과사에 앉아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완탕면을 사먹으러 가고, 우루루 밥을 먹으러 가던 기억이 많은 학창시절이네요.
학업 및 진로탐색 방법, 그 당시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 혹은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것 등이 궁금합니다.
수업은 열심히 들었어요. 사회복지학과 과목 뿐 아니라 다른 사회대, 법대, 인문대, 체육대 과목까지. 호기심이 많아 배우고 싶은 분야들이 많았고 깊이 한 분야를 파기 보다는 잡학박식하게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적성에 맞았습니다. 딱히 뭐가 되고 싶다거나 하고싶은 직업이 없었거든요. 만약 꼽아야 한다면 외교관이나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어른들이 장래희망을 물어볼 때 외교관 혹은 국제기구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도 모른채요. 많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왠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일, 우리나라와 국제사회를 위해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게 멋있고 뜻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무고시 공부를 간만 보는 정도로 시작하면서 국제대학원에 지원했습니다. 아무 곳에도 적을 두지 않고 공부하는 것은 불안하니까요. 국제대학원 과목들을 들으면서 외무고시는 그만두고 국제기구쪽으로 파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제기구론, 국제법, 국제정치학, 국제경제학, 지역학 등의 과목들을 수강했습니다. 그러다가 국제기구 초급 전문가 (Junior Professional Officer, JPO) 제도에 관해 알게 되었고 지원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는 그 제도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 지원자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영어 essay 와 Toeic 시험, 제2외국어 면접과 영어 면접이 있었는데 첫번 시험에서 탈락하고, 두번째 해에 지원했을 때 합격하여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노동기구 (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에 JPO 로 파견되는 행운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국제기구 초급 전문가 시험이라는 제도를 알아내어 응모한 것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온 것 같기는 한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잘 모르다가, 내가 잘 볼 수 있는 비교우위가 있는 시험제도를 찾아낸 것이 큰 행운이었습니다.
늘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정보를 알아내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제게 부족한 점은 끈기였어요. 고시공부가 적성에 안 맞고 잘 하지도 못하는데 그걸 했던 시간이 좀 방황기였고, 한동안은 언론사 시험도 준비한다고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 공부한 것도 일종의 진로탐색 시간이었던거죠. 언론사 스터디는 너무 좋은 선배들과 함께 해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맞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인생은 어떻게든지 자신에게 맞는 길로 풀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직장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국제기구 초급전문가로 뽑힌 후 저의 전공과 수강했던 과목들을 바탕으로 외교부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로 파견나갈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UNODC 와 ILO 두 기구를 생각하다가 결국 ILO 로 결정을 내리고 2002년 3월에 제네바로 떠났습니다. 그 이후로 타지 생활 22년째이네요. 이 직장이 저에게는 첫번째 직장이고 아주 잠시 외교부에서 영문에디터로 파트타임 알바를 했었습니다. 그때 외교부가 어떤 일들을 하는 조직인지 조금 배우게 되었지요. 그리고 유엔에 대해서도 실무적인 것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유엔의 관계, 우리 외교부의 활약 등을요.
2002년 3월 국제노동기구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같은 직장에 있습니다. 중간에 잠시 다른 기구로 옮겨서 근무한 2.5년을 제외하고는 ILO 내에서 계속 인사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 직장에서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사회복지학 전공이 현재 직업 생활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하는 일은 인사행정인데요, 제네바 본부에 있을 때에는 HR operations 을 담당하는 HR Partner 라는 직책을 맡고 있었습니다. HR Partner 는 사업부서들과 프로그램, 프로젝트 담당 관리자들의 일을 지원하고 매니저들과 함께 HR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협력하여 해결하고 조언을 해주는 Advisor 및 Collaborator, 인사 관련된 일들을 실행하는 Implementor, 그리고 다른 행정부서들과 연결해주는 Coordinator 이자 Communicator 역할을 하는 인사과의 전략적인 파트너입니다.
이 직업에 요구되는 자질은 일단 조직의 인사관련 규정과 규율, 정책, 시스템 및 프로세스 등에 깊은 지식이 있어야 하고, communication skills, interpersonal skills, tact and diplomacy, leadership and people skills 등이 요구됩니다. 주로 조직 내의 직원들과 관리자들을 상대로 조언 및 상담, 코디네이션을 하는 역할이라 인간관계의 기술들과 봉사 서비스 정신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의 복지와 well-being, social security,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mental health 및 근무환경의 최적화 등도 인사과에서 담당하는 일이라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것이 행운이었죠.
여러모로 인사과의 일들을 볼때 사회복지학 전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발달과 사회행동, organizational behavior, 조직 심리학, 상담, 사회사업실습 ,사회학, 사회보장론 등의 과목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고 노동법과 같은 일부의 법학 과목들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사회복지학의 정신이 가장 중요하죠. ILO 가 추구하고 표방하는 가치와 윈칙들이 사회복지학의 가치와 원칙들이니까요. "Social justice and decent work."
지금 현재의 직책은 아태지역 인사담당관입니다. 아태지역에 있는 약 850 여명의 직원들의 인사문제를 담당하고 인사관련된 정책과 행정을 총괄하는 일입니다.
선생님의 진로를 따라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어떠한 준비들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준비하는게 유리할까요?
가장 실질적으로 영어 및 어학의 기초를 갖추어 놓아야 하겠죠. 국제기구는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조직이니만큼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은 비단 언어능력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에 열려있는 openness 와 tolerance, 자신과 다른 문화적, 종교적, 인종적 배경을 가진 동료 직원들과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소통할 수있는 soft skills 및 넓은 의미의 커뮤니케이션 및 팀웍 능력을 의미합니다. Emotional Intelligence 와 respect, 그리고 포용력과 적응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UN 및 산하기구들에서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가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이 중 하나만 잘하고 다른 하나를 기초라도 공부해 놓을 것을 권유합니다.
국제기구도 일반 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반드시 국제정치학이나 국제관계학을 전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이 분야의 지식이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만, 사회과학의 모든 분야들, 경영학, 법학은 물론 공학도도 필요하고,자연과학, 재무, 인사, 회계, 통계를 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인문학도, 통역번역, 그래픽 디자인, 환경, 기후, 의학, 생태학 등 국제기구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다양하고 폭이 넓습니다. 우리와 다른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과 사람에 대한 애정, 국제기구의 목적과 mandate 와 일치할 수 있는 가치관과 소양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겠죠. IT 능력을 향상하시고 AI 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지금의 직장에 대해서 만족하시나요? 현재 직장의 근무여건, 미래전망,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등이 궁금합니다.
직장에 대해서는 매우 보람을 느끼며 다니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의 근무여건은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떠돌이 생활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나라를 자주 옮겨 다녀야 하고 이사를 자주 해야 한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여성에게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직장이기도 합니다. 출산휴가 제도나 육아보조 등이 잘 지원되고 있고, 가정일과 양립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도 유연한 편입니다. 코로나때부터는 재택 근무도 섞어할 수 있는 기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국제기구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밝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것은 장담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ILO 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사회적 정의와 양질의 고용입니다 (social justice and decent work). 근로자인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복지학도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며, 기술진보가 빛과 같은 속도로 진행되고 AI 가 도래하는 이 시대에 human-centered growth and development 를 이루기 위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제 주변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 동료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운동을 좀 시작하고, 음악을 자주 듣고, 책을 더 가까이 하는 내면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소셜 미디어를 보고, 업무와 관련된 이메일부터 읽고 답하고, Teams, WhatsApp, Line, 카톡으로 온 각종의 메세지와 질문, 질의, 요구사항들에 응답하고 처리해야 합니다. 이 모든 소통의 도구들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connect 되어 있다고 느끼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실제적으로 사람들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공동으로 무언가를 하며 같이 시간을 보내고 소통하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아서, 이런 시간들을 늘려가며 의미있는 관계들을 쌓아나가며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이 이루고 싶은 것이겠죠.
살아보니 뭐가 제일 중요하더라,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인생 선배라고 딱히 더 많이 알고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닌것 같더라구요. 물론 사회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이 알게 되었지만 인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지는 않아서요. 대학생때 쓴 일기를 어느날 읽었는데 지금 생각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구요. 발전이 없는 건지. 50이면 지천명이라 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때 가졌던 고민들, 물론 지금은 그다지 큰 고민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왜 그런 고민들을 했는지 이해하고, 그때 가졌던 질문들이 아직도 물음표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 답을 못 찾은 질문들이 아직도 남아 있더라구요.
인생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어느 시점, 어느 나이에 있는지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들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20대에는 대학을 잘 가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원하는 직업을 갖는 것이 중요하겠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 우정을 쌓는 것이 중요하고, 30대에는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직장에서 인정받고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겠고, 40대 50대에는 어느 정도 자신의 개인적 사회적 기반을 닦고, 자녀가 있으면 자녀의 건강과 교육 등이 중요하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후회없이 내가 살아보고 싶은대로 살아보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해보고 싶었던 일, 배워보고 싶었던 것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보고싶었던 영화,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가봤다는 만족감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흔히 하시는 말씀들을 이미 많이 들어 보셨겠지만 건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몸과 마음의 건강을 늘 유지하는 것이 지금 50인 저로서는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믿음 (종교적인 믿음도 있겠지만 자신이 믿는 가치, 그리고 자신이 잘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 소망 (현재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 사랑 (자신의 인생과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건강이 가장 중요합니다.
후배분들의 현재는 밝고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태까지 잘 살아오셨어요. 사회복지학과도 들어오셨고. 큰 행운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꿈꾸시는 삶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힘차게 나아가시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