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인터뷰

공공, 교육과 연구, 민간 사회혁신 분야,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졸업생들의 생생한 진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정영훈 (학부14)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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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되셨나요? 전공을 선택하며 가지셨던 기대나 생각 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어린 시절에 비용이 많이 드는 큰 병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건강보험(의료보험) 혜택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그 경험을 계기로 사회보험이라는 시스템에 큰 감동을 받아서, 복지제도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의 개별 구성원이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고난에 처했을 때, 온 사회가 다 같이 나서서 도와준다’라는 사회보험의 개념은 지금 봐도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들 다 하는 건 하지 않겠다는 성격이었는데, 이것도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고등학교 (문과) 친구들이 대부분 경영학이나 행정학과를 선택하는 걸 보고, ‘나는 색다른 걸 해 봐야겠다’라는 이유에서도 사회복지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사회복지학과의 재학 경험이 궁금합니다.

솔직히 사회복지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로 입학했습니다. ‘복지국가 실현’, ‘약자를 위한 학문’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 커리큘럼에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이 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당시 커리큘럼상 14학번이 처음 수강하게 되는 전공과목은 ‘인간행동과 사회환경’이었는데, 첫 챕터부터 갑자기 프로이트가 나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길래 전공을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실제로 재미있게 들었던 과목을 꼽으라면 다소 뜬금없을 수 있는 ‘사회복지조사론’ 밖에 기억이 나질 않네요.

다만 학과 생활 자체는 대단히 만족하였습니다. MT도 많이 가고, 수업 끝나고 녹두거리나 서울대입구역 나가서 술도 자주 마시고 했었는데, 그 시절이 인생의 황금기였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 조교님들께서도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으셔서, 저희가 무언가를 부탁하면 대단히 호의적으로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예를 들어, 진로탐색세미나, 독서세미나, 봉사동아리 등은 모두 조교실과 교수님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의 산물입니다.

 

학부 때의 학업이나 진로탐색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눠주세요.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다소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진로선택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가, ① 일단 ‘충동적으로 뭔가 지르기’와 ② 추후 ‘잘 수습하기’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후배님들 중 ‘아직 준비가 덜 됐어’라는 생각에 미래에 대한 준비를 만연히 미루는 분들을 종종 보았는데, 완벽히 준비되는 시기는 절대 안 오는 것 같습니다. 일단 해 보고, 안 되면 다시 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일단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그러다 보면 ‘야 이게 진짜 되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모먼트를 경험하실 수 있을 거에요!

 

제 진로탐색 히스토리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단 뭔가(봉사활동) 해보기] 낭만 넘쳤던 신입생 시절, 저는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이 되었으니 사회에 뭔가 ‘직접’, ‘현장에서’ 기여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과 선배가 소개해 준 관악구 소재 지역아동센터에서 교육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문제의식 갖기] 그러다 보니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님들이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인건비를 받고 일을 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이슈를 제도적인 관점에서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복지하는 사람들의 복지는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의식을 내 일(학업)과 연결시켜 보기] 그래서 위 주제를 가지고, 당시 수강 중이던 법과대학 ‘사회보장법’ 과목의 기말소논문을 쓰기로 했습니다. 소논문을 쓰기 위해서 관련 제도를 리서치하고, 관계자분들도 인터뷰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법(이 사례에서는 근로기준법, 아동복지법)’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 제안한다고 한들, 결국 그것이 법령으로 구현되어야만 국가의 예산이 투입되고, 이로써 일반 국민들(클라이언트들)의 복지가 향상된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갑자기 LEET 준비] 그래서 법 공부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겨울계절학기 수업에서 오랜만에 본 친구가 LEET 준비를 한다길래 ‘야 그럼 나도 같이 하자’라고 충동적으로 질렀던 것이 결국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녹두거리의 모 인쇄소에서 LEET 기출문제를 실제 시험지 사이즈로 출력해서 판매한다는 정보를 얻고, 그 날 바로 시험지를 샀습니다. 그리고 중앙도서관 3열람실에 가서 LEET와 PSAT를 풀어 보았습니다. LEET가 PSAT보다는 좀 잘 나오기에 진로를 일단 로스쿨 쪽으로 잡았습니다.

[정리] 저는 고민하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고, 진로고민과 같이 명확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 고민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다소 충동적으로 거취를 결정해왔던 것 같습니다.

 

또 위에 모두 적지는 못했지만, 위에 적은 것 외에도 진로 관련해서 굉장히 다종다양한 탐색활동을 했었습니다. LEET 시험 준비하면서 시간이 남길래 플랜B의 개념으로 수능공부도 병행하였고, 그 이전에는 PSAT과 행정고시 경제학 인강도 들었었어요. 동기 따라서 컴퓨터공학부 복수(부) 전공 설명회도 갔었고, 의료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에 대해서 강의를 듣기도 했었습니다.  

일단 뭐든 해 보면 ‘나랑 맞는지’, ‘내가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이 오고, 그 중에 가장 적합한 것을 고르면 됩니다. 결국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일단 뭐든 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직장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되셨나요?

법무법인(로펌) 중에 왜 지금 재직 중인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저를 붙여 주신 회사 중에 가장 규모가 큰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또 여러 법조직역 중(판사, 검사, 변호사, 사내변호사 등)에 법무법인 변호사를 선택한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경제적 이유!)입니다.

소송 업무에 관심이 있어서, 처음에는 법원에서 판사님에게 검토 올릴 판결문 초안을 작성하는 재판연구원을 지망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지원서를 넣을 때가 되니 현실적인 고려(서울에 살고 싶은데 주거비 너무 비쌈, 부모님이 지원해주실 수 있는 정도가 크지는 않음, 결혼도 하고 싶은데 비용이 필요함 등)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재판연구원 시험 접수까지 하였지만 시험에는 응시하지 않았고, 법무법인에 지원서를 넣게 되었습니다. 다만 원래 하고 싶었던 소송업무를 할 수 있는 부서를 선택하여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직장에서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사회복지 전공이 현재 직업 생활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법무법인(흔히 ‘로펌’이라고도 합니다)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방영되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우영우가 재직하는 법무법인 한바다의 모티브가 된 회사입니다.

그나마 제가 하던 전공, 관심있는 분야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 인사노무그룹(노동팀)을 선택해 노동법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우리 전공과 관련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노동법과 관련하여 ① 기업이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자문의견서를 작성하여 드리는 업무(자문 업무), ② 노동법과 관련한 소송을 수행하는 업무(송무 업무)를 둘 다 하고 있습니다.

가끔씩은 ③ 직접 고객사 사무실이나 공장에 방문해서 법적 리스크(파견법, 근로기준법 등 위반의 소지가 있는지 등)가 있는지 검토하는 보고서를 쓰기도 하고, ④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자, 가해자, 참고인을 직접 인터뷰해서 보고서(가해자는 혐의 없어 보입니다 or 가해자 잘못한 것 같으니 징계 하세요)를 작성하기도 하고, ⑤ 고객이 수사기관(검찰, 경찰, 노동청)에서 조사를 받게 되면 조사에 함께 입회하는 등 굉장히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님의 진로를 따라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할까요?

내면의 근육(회복탄력성, 거대한 과제 앞에서의 담대함 등)을 키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로스쿨 공부량, 변호사시험의 시험범위, 변호사가 수행하는 업무량 모두 상당합니다. 대부분 잘 헤쳐나가지만 종종 맞닥뜨리기 전부터 지레 겁먹는 분들도 계십니다. 주어진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해 보지 뭐’, ‘안 되면 또 하지 뭐’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담대하게 전투에 임하는 태도를 미리 체화시켜 놓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학부 시험은 열심히 하는 과목의 경우 시험범위를 7~8번 정도 보고 수업자료를 달달 외워서 시험을 쳤다면, 변호사시험은 범위가 너무 넓어 시험범위 대부분이 ‘의식’이 아닌 ‘무의식’에 담긴 채로 시험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모두들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결국 다 사람이 치는 시험이고, 열심히 준비했다면 모두 완수할 수 있는 과업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직장에 대해 만족하시나요? 현재 직장의 근무 여건이나 미래 전망, 사회적 가치 등이 궁금합니다.

학과 교수님(유OO 교수님)께서 ‘학부만 졸업하고 취업한 선배들은 대부분 학교로 돌아온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제로 저희 동기들 중 학부만 졸업하고 취업한 친구들 대부분은 더 공부하거나(대학원) 다른 시험(자격증 시험)을 치러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저희 동문들은 대부분 단순한 업무보다는 난이도가 있더라도 복잡하고 성취감이 있는 일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제가 쌓은 지식과 기술을 토대로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대체불가능한 전문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지금 직장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만큼 시간을 많이 투자하여야 하는 직장이라, 언제까지 이 직장에 계속 있을지에 대하여는 꾸준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래 계획을 공유해주세요.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습니다. 취미로 제가 하고 싶은 사건(재미있어 보이거나,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사건)만 수임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지금은 저축도 열심히 하고, 미국 주식과 미국 국채에 분산투자를 하고 있는데 성과가 시원찮습니다. 목표 달성은 요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나누고 싶은 삶의 가치가 있을까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지 말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자 합니다(목표일 뿐이고, 실현은 아직 못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나에게도 남에게도 늘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뭔가를 선택하고 그 길을 가기로 결심하셨다면, 심지어 착수하기까지 하셨다면,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계속 우직하게 밀고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뒤돌아보면서 ‘이 길이 맞나’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지장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괜히 불안하기만 하거든요.

대학영어1 마지막 수업 때 교수님께서 “얘들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지 말고, 지금 하는 일을 10년 하게 되면 그게 너희 적성이 되는 거야”라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지금 선택한 길이 너무 고통스럽다면 길을 바꾸는 게 맞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위 교수님 말씀처럼 일단 꾸준히 해 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하는 일이 제 적성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보다 대단하신 분들이 차고 넘치는 게 이 업계이고, 후배님들께서 선택하시는 진로 역시 이와 동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는 적어도 10년은 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지금 선택한 길에 확신이 없더라도, 가다 보면 스스로 그 확신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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