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게 되셨나요? 전공을 선택하면서 가지셨던 기대나 생각 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청소년기에 제 가장 친한 친구의 가족이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제 친구와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데 잘 도울 수 없었던 제 자신이 속상하기도 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족의 헌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지원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회복지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답을 하다 보니 풍부한 감수성의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내가 너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학문적으로라도 배워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도 글을 쓰면서 기억이 나네요.(그 때의 감수성은 지금 제 자신도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실제로 사회복지학과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차갑고 매서울 것 같았던 서울대학교(저의 편견입니다)에서 마주한 사회복지학과의 모습은 생각보다 따뜻해서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신입생일 때는 학과보다는 여러 전공이 함께 모인 반 중심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학과와 약간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사회복지학과를 처음 마주했을 때 사회복지학과의 특유의 따스한 기운에 마음이 노곤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늘 덜렁거리는 저를 챙겨주었던 동기들과, 인자한 웃음 속 날카로운 삶의 지혜가 담겨있던 교수님들의 수업 속 분위기가 배웠던 내용보다 더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사회복지 학문은 늘 저의 삶과 밀접한 이야기였기에 더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강상경 교수님께 인간발달단계를 배우면서 제 발달과업을 돌아보기도 하고, 김혜란 교수님께 실천론을 배우며, 인간관계에서 나의 자세에 대해 함께 배우고 인간으로 성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현장에 관심이 있었던 서울대의 독특한 학생으로서, 저는 현장의 이야기에 갈급함이 있었습니다. 거시적이고 정책적인 담론은 다소 이론적이고 실상과 멀게 느껴진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현장에 나가보니 그 때 배웠던 거시적이고 정책적인 관점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자산이었습니다. 모든 현장은 정책을 바탕으로 움직이기에, 거시적인 담론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현장에서 미시적으로 방향성과 실천을 고민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서 큰 흐름을 명확하게 그리시는 교수님들께 수업을 들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현장에서 그 흐름을 살피며 따라갈 수 있는 사회복지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와 진로탐색 방법, 방황 또는 결심,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것 등이 궁금합니다.
저는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사회복지 전공에는 진심이었기에 전공 과목을 많이 수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심화전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심리학 수업도 병행해서 들었는데, 심리학을 복수전공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졸업 후 상담 관련 자격을 취득하려고 할 때 그냥 수업을 수강한 것과 전공으로 졸업하는 것에 차이가 있어 복수전공을 했었더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장에 관심이 있어 학교의 '이웃사랑'을 통해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였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아동복지관,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봉사를 하였는데, 현장에 나와보니 다른 학교의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은 이런 봉사활동을 필수적으로 오랜 기간 하는 편이었습니다. 취업이나 수련 지원을 할 때 늘 봉사활동 이력을 써야 했는데, 봉사활동을 안 했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저는 실습 기관을 정할 때 정신건강 분야로 가고 싶었는데 선배들의 과거 실습 이력이 없는 기관(글로리병원)으로 무작정 지원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대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실습 과제도 따로 있어 기관에서 조금 당황해 하셨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무사히, 유익하게 실습을 마무리 했던 것 같습니다. 관심 분야가 있다면 선배들이 지원한 적이 없더라도 용기를 내서 새로운 실습기관에 지원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실습이 필수가 아니라고 전해 들었는데, 현장에서 근무할 계획이 없으신 분들은, 실습이 사회복지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너무 좋은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전공생이라면 꼭 실습을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실습을 통해 열악한 현장을 경험해 보시고, 좋은 정책과 연구를 내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금 직장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 직장에 오기 전 어떤 직장에 계셨는지,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학부 시절부터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방향성이 명확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졸업 이후 먼저, 서울대학교 병원 의료사회사업팀에서 정신건강 수련을 1년간 받았습니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1급 자격 취득 후, 1년간의 수련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컸기 때문에 오히려 수련은 역으로 병원 세팅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정신건강 영역의 클라이언트 분들은 대부분 정신건강의학과 의료 자원을 이용하시기 때문에, 병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병원에서 수련을 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련 이후 동대문구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약 1년간 근무하다가,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껴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 좋은 기회가 생겨 공부를 병행하며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직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정신건강 현장에서 사회복지사의 업무 중 상담가로서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상담을 잘 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대학생활문화원에서 2년간의 근무는 저의 상담 역량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2019년 말부터 양천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근무하였고, 현재는 둘째 자녀를 출산하여 육아휴직 중이며 내년에 복직할 예정입니다.
직장에서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사회복지학 전공이 현재 직업 생활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현재 양천구 정신건강복지센터라는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중증질환 사례관리 사업을 진행했다가 2022년부터 현재까지는 자살고위험군 위기상담, 자살유족상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살고위험군 위기사업에서는 자살의·시도자의 자살사고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함께 견디면서 위기를 넘어갈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하며, 상담 외에 참여할 수 있는 정신건강프로그램과 강좌를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살유족사업은 사랑하는 가족 혹인 지인을 자살로 사별한 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당사자들이 서로 위로와 조언을 나눌 수 있는 자조모임의 장을 열고 있습니다. 사회복지학 전공에서 배운 이론적 토대와 실습과 수련기관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을 활용하여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의 사진은 사무실에 놀러온 제 첫째딸과 엉망진창인 제 자리입니다!
선생님과 같이 사회복지 현장에 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어떠한 준비들을 해야 할까요?
사실 서울대학교 후배님들 중 사회복지 현장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혹시나 현장에 관심이 있다면 학부 때 관심이 있는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아무래도 저희 학교는 정책 및 연구에 탁월하신 선배님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현장과 관련된 정보는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관심 있는 분야는 직접 발로 뛰면서 경험하고 채워가며 마주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신건강 현장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또한 대학원 진학 등 연구자의 길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1-2년 정도 현장을 경험하시는 것도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나 자원봉사자가 아닌 현장가로서 일을 하게 되면 클라이언트분들의 상황과 삶을 더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고, 복지현장의 구조적인 측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추후 다양한 관점에서 현실적인 연구를 수행하는데 좋은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부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석사 공부를 다시 하였는데, 현장을 마주한 뒤에 한 공부했던 내용이 더 피부에 와닿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의 직장에 대해서 만족하시나요? 현재 직장의 근무여건, 미래전망,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등이 궁금합니다.
저는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면서 변화를 같이 도모하는 것에 더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연구나 정책을 고민하는 자리보다는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양천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세팅인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클라이언트가 찾아오기 전에 먼저 그 분들을 찾아갈 수 있는 현장입니다. 그러기에 제가 더 의미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현장이라고 생각하여 즐겁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죽고 싶었던 시간을 지나 “선생님, 저 한 번 다음 주에는 이거를 해보려고요.”라고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함께 마주할 때의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저희 센터는 대부분 근무하는 분들이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적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지역사회와의 협업 및 연계를 통한 자원관리 등 사회복지사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해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와 선배님들에게 많은 배움을 얻곤 합니다.
다만,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보건과 복지의 중간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기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고, 이는 센터에서 근로하는 직원의 정체성의 문제로도 이어지곤 합니다. 또한 여전히 현장에서 사회복지사의 대우는 경제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제가 맞벌이 부부가 아니라 혼자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현장에서 근무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앞으로도 계속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싶은데,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 보니, 요즘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데 대한 고민도 많구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저에게 사회복지 현장에서 더 많은 클라이언트와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때에 기회가 된다면 사회복지의 가치와 사례관리 서비스를 기반으로 상담을 제공하는 센터를 운영해보고 싶고, 우울 증상이 있는 청년들을 위한 주거시설도 마련해 보고 싶습니다만, 아직은 막연한 그림만 그려보며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그냥 한 인간으로서는 푸근한 아줌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뚝 솟은 높은 산보다는 여느 동네에 있는 낮은 동산처럼, 누구나 와서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고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살아보니 뭐가 제일 중요하더라,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제게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단어, 사랑이 제일 중요한 가치입니다. 누군가 제 꿈이 뭐냐고 질문한다면 저는 사랑하며 사는 삶이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사랑하며 사는 삶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이기에, 발달단계에 따라 그 모양은 달라지겠지만, 계속해서 사랑하는 삶을 살면서 나이 들고 싶습니다. 어떤 면에서 전공과 일은 제가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부스터를 달아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건강... 건강 잘 챙기세요. 여러분. 정말로요. 왜 어른들이 나이 들면 모여서 건강 이야기만 하는지, 나이를 먹고 출산을 해보니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선배이자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인생의 선배이자 전문가라기보다는, 그냥 저라는 한 인간이 요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알지 못함의 자세(Not knowing posture)’입니다. 알지 못함의 자세는 해결 중심에서 배운 이론으로써 상담자의 선입견이 아니라 오직 내담자의 인식을 바탕으로 내담자의 경험을 이해하려는 자세입니다. 저는 상담 뿐 아니라 제 삶에서도 알지 못함의 자세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 자신이 이러한 자세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수록, 아는 척과 지레짐작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내 입장과 경험 속에서 쉽게 클라이언트를 넘겨짚거나, 주변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이 너무 쉬워집니다. 그렇기에 알지 못함의 자세를 기억하면서, 말하기 전에 클라이언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기다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 번 더 물어보며, 편견 속에서 답을 정해놓기 보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떻게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게 되셨나요? 전공을 선택하면서 가지셨던 기대나 생각 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청소년기에 제 가장 친한 친구의 가족이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제 친구와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데 잘 도울 수 없었던 제 자신이 속상하기도 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족의 헌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지원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회복지라는 학문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답을 하다 보니 풍부한 감수성의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내가 너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학문적으로라도 배워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도 글을 쓰면서 기억이 나네요.(그 때의 감수성은 지금 제 자신도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실제로 사회복지학과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궁금합니다.
차갑고 매서울 것 같았던 서울대학교(저의 편견입니다)에서 마주한 사회복지학과의 모습은 생각보다 따뜻해서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신입생일 때는 학과보다는 여러 전공이 함께 모인 반 중심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학과와 약간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긴장된 마음으로 사회복지학과를 처음 마주했을 때 사회복지학과의 특유의 따스한 기운에 마음이 노곤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늘 덜렁거리는 저를 챙겨주었던 동기들과, 인자한 웃음 속 날카로운 삶의 지혜가 담겨있던 교수님들의 수업 속 분위기가 배웠던 내용보다 더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사회복지 학문은 늘 저의 삶과 밀접한 이야기였기에 더 흥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강상경 교수님께 인간발달단계를 배우면서 제 발달과업을 돌아보기도 하고, 김혜란 교수님께 실천론을 배우며, 인간관계에서 나의 자세에 대해 함께 배우고 인간으로 성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현장에 관심이 있었던 서울대의 독특한 학생으로서, 저는 현장의 이야기에 갈급함이 있었습니다. 거시적이고 정책적인 담론은 다소 이론적이고 실상과 멀게 느껴진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졸업 후 현장에 나가보니 그 때 배웠던 거시적이고 정책적인 관점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자산이었습니다. 모든 현장은 정책을 바탕으로 움직이기에, 거시적인 담론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현장에서 미시적으로 방향성과 실천을 고민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서 큰 흐름을 명확하게 그리시는 교수님들께 수업을 들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현장에서 그 흐름을 살피며 따라갈 수 있는 사회복지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와 진로탐색 방법, 방황 또는 결심,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것 등이 궁금합니다.
저는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사회복지 전공에는 진심이었기에 전공 과목을 많이 수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심화전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심리학 수업도 병행해서 들었는데, 심리학을 복수전공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졸업 후 상담 관련 자격을 취득하려고 할 때 그냥 수업을 수강한 것과 전공으로 졸업하는 것에 차이가 있어 복수전공을 했었더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장에 관심이 있어 학교의 '이웃사랑'을 통해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였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아동복지관,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봉사를 하였는데, 현장에 나와보니 다른 학교의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은 이런 봉사활동을 필수적으로 오랜 기간 하는 편이었습니다. 취업이나 수련 지원을 할 때 늘 봉사활동 이력을 써야 했는데, 봉사활동을 안 했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저는 실습 기관을 정할 때 정신건강 분야로 가고 싶었는데 선배들의 과거 실습 이력이 없는 기관(글로리병원)으로 무작정 지원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대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실습 과제도 따로 있어 기관에서 조금 당황해 하셨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도와주셔서 무사히, 유익하게 실습을 마무리 했던 것 같습니다. 관심 분야가 있다면 선배들이 지원한 적이 없더라도 용기를 내서 새로운 실습기관에 지원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실습이 필수가 아니라고 전해 들었는데, 현장에서 근무할 계획이 없으신 분들은, 실습이 사회복지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너무 좋은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전공생이라면 꼭 실습을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실습을 통해 열악한 현장을 경험해 보시고, 좋은 정책과 연구를 내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금 직장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 직장에 오기 전 어떤 직장에 계셨는지,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학부 시절부터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방향성이 명확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졸업 이후 먼저, 서울대학교 병원 의료사회사업팀에서 정신건강 수련을 1년간 받았습니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 1급 자격 취득 후, 1년간의 수련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저는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컸기 때문에 오히려 수련은 역으로 병원 세팅으로 지원하였습니다. 정신건강 영역의 클라이언트 분들은 대부분 정신건강의학과 의료 자원을 이용하시기 때문에, 병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병원에서 수련을 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련 이후 동대문구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약 1년간 근무하다가,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껴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 좋은 기회가 생겨 공부를 병행하며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직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정신건강 현장에서 사회복지사의 업무 중 상담가로서의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상담을 잘 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대학생활문화원에서 2년간의 근무는 저의 상담 역량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2019년 말부터 양천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근무하였고, 현재는 둘째 자녀를 출산하여 육아휴직 중이며 내년에 복직할 예정입니다.
직장에서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사회복지학 전공이 현재 직업 생활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합니다.
*오른쪽의 사진은 사무실에 놀러온 제 첫째딸과 엉망진창인 제 자리입니다!
선생님과 같이 사회복지 현장에 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어떠한 준비들을 해야 할까요?
사실 서울대학교 후배님들 중 사회복지 현장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혹시나 현장에 관심이 있다면 학부 때 관심이 있는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아무래도 저희 학교는 정책 및 연구에 탁월하신 선배님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현장과 관련된 정보는 적은 편입니다. 그래서 관심 있는 분야는 직접 발로 뛰면서 경험하고 채워가며 마주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정신건강 현장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또한 대학원 진학 등 연구자의 길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1-2년 정도 현장을 경험하시는 것도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나 자원봉사자가 아닌 현장가로서 일을 하게 되면 클라이언트분들의 상황과 삶을 더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고, 복지현장의 구조적인 측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추후 다양한 관점에서 현실적인 연구를 수행하는데 좋은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학부를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석사 공부를 다시 하였는데, 현장을 마주한 뒤에 한 공부했던 내용이 더 피부에 와닿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의 직장에 대해서 만족하시나요? 현재 직장의 근무여건, 미래전망,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등이 궁금합니다.
저는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면서 변화를 같이 도모하는 것에 더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연구나 정책을 고민하는 자리보다는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양천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세팅인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클라이언트가 찾아오기 전에 먼저 그 분들을 찾아갈 수 있는 현장입니다. 그러기에 제가 더 의미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현장이라고 생각하여 즐겁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죽고 싶었던 시간을 지나 “선생님, 저 한 번 다음 주에는 이거를 해보려고요.”라고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함께 마주할 때의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저희 센터는 대부분 근무하는 분들이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적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지역사회와의 협업 및 연계를 통한 자원관리 등 사회복지사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해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와 선배님들에게 많은 배움을 얻곤 합니다.
다만,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보건과 복지의 중간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기관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고, 이는 센터에서 근로하는 직원의 정체성의 문제로도 이어지곤 합니다. 또한 여전히 현장에서 사회복지사의 대우는 경제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제가 맞벌이 부부가 아니라 혼자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현장에서 근무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앞으로도 계속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싶은데,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 보니, 요즘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데 대한 고민도 많구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저에게 사회복지 현장에서 더 많은 클라이언트와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절한 때에 기회가 된다면 사회복지의 가치와 사례관리 서비스를 기반으로 상담을 제공하는 센터를 운영해보고 싶고, 우울 증상이 있는 청년들을 위한 주거시설도 마련해 보고 싶습니다만, 아직은 막연한 그림만 그려보며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그냥 한 인간으로서는 푸근한 아줌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뚝 솟은 높은 산보다는 여느 동네에 있는 낮은 동산처럼, 누구나 와서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고 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살아보니 뭐가 제일 중요하더라, 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인생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제게는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단어, 사랑이 제일 중요한 가치입니다. 누군가 제 꿈이 뭐냐고 질문한다면 저는 사랑하며 사는 삶이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사랑하며 사는 삶은 너무나 다양한 모습이기에, 발달단계에 따라 그 모양은 달라지겠지만, 계속해서 사랑하는 삶을 살면서 나이 들고 싶습니다. 어떤 면에서 전공과 일은 제가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부스터를 달아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건강... 건강 잘 챙기세요. 여러분. 정말로요. 왜 어른들이 나이 들면 모여서 건강 이야기만 하는지, 나이를 먹고 출산을 해보니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선배이자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인생의 선배이자 전문가라기보다는, 그냥 저라는 한 인간이 요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알지 못함의 자세(Not knowing posture)’입니다. 알지 못함의 자세는 해결 중심에서 배운 이론으로써 상담자의 선입견이 아니라 오직 내담자의 인식을 바탕으로 내담자의 경험을 이해하려는 자세입니다. 저는 상담 뿐 아니라 제 삶에서도 알지 못함의 자세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 자신이 이러한 자세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죠.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수록, 아는 척과 지레짐작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내 입장과 경험 속에서 쉽게 클라이언트를 넘겨짚거나, 주변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이 너무 쉬워집니다. 그렇기에 알지 못함의 자세를 기억하면서, 말하기 전에 클라이언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기다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한 번 더 물어보며, 편견 속에서 답을 정해놓기 보다는 진정성을 가지고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