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직업력이 주관적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

관리자 2012-11-13 249

본 연구는 노인의 직업력이 주관적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것을 그 주요 목적으로 한다.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구고령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년기 건강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으며, 이러한 건강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 중 주로 사회경제적 특성에 주목한 건강불평등 연구가 이뤄져왔다. 특히 노년기 건강은 전 생애에 걸쳐 누적되어 온 결과물인 만큼 그간 응축된 기회구조의 불평등이 더욱 잘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노년기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에 대한 연구가 다수 시행되어 왔으나, 이 중 노인의 직업력에 중점을 맞추어 노년기 건강불평등을 규명한 연구는 미미하다. 그러나 노인의 직업력은 청장년기의 생애과정을 함축하여 노년기 건강불평등 및 소득불평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므로 이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하겠다. 한편 성별에 따라 직업패턴 및 직업지위가 상이하여 그 영향 또한 다를 것이 기대되므로 직업력의 영향을 파악할 때 성별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본 연구는 노인의 직업력이 주관적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되 이에 대한 성별의 영향을 아울러 분석해 보았다. 건강 중 주관적 건강상태에 초점을 둔 이유는 주관적 건강상태가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며, 사망과 유병에 대한 예측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고령화연구패널조사’ 중 2007년 개인직업력조사와 2008년 제2차 고령화연구패널기본조사를 결합하여 분석자료로 사용하였으며, 2007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만 65세 이상인 노인 3,460명을 최종 연구대상으로 하였다. 분석은 세 단계에 걸쳐 이루어졌다. 먼저 분산분석(analysis of variance, ANOVA)을 통해 직업력과 주관적 건강상태의 일차적 관계를 살펴보았으며, 다음으로 일반선형모형(general linear model, GLM)을 이용하여 직업력과 성별의 상호작용효과가 주관적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다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을 통해 다른 요인을 통제한 상태에서 직업력이 주관적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ANOVA 결과, 과거에 상시 임금근로자였던 경우와 자영업자였던 노인의 경우 주관적 건강상태가 타 직업에 종사했던 경우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과거에 일용 임금근로자나 무급가족종사자였던 노인의 경우는 다른 직업력을 가진 노인보다 주관적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한편 비취업의 직업력을 가진 노인의 경우 상시 임금근로자처럼 고용지위가 높은 직업력을 가진 노인보다는 주관적 건강상태가 나빴지만, 무급가족종사자였던 노인의 경우처럼 고용지위가 낮은 직업력을 가진 노인과는 건강격차가 없거나 오히려 더 높았다.
GLM 결과, 주관적 건강상태에 대해 직업력과 성별의 주효과 뿐 아니라 상호작용효과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 과거에 상시 임금근로자, 일용 임금근로자, 자영업자, 농축임어업 종사자였던 경우, 같은 직업력 하에서도 남성노인이 여성노인보다 주관적 건강상태가 높았으며, 이 때 직업력이 주관적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남성노인보다 여성노인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다중회귀분석 결과, 과거에 일용 임금근로자였거나 무급가족종사자였던 경우 상시 임근근로자였던 경우보다 노년기 주관적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통제변수 고려 후에도 여전히 직업력은 주관적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특히 비취업 직업력과 취업 직업력 간의 차이가 없었던 반면, 취업 직업력 중 고용지위에 따른 건강격차가 나타났으므로 향후 노동시장 불평등 개선에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남녀노인을 구분하여 따로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남성노인의 경우는 취업 직업력과 비취업 직업력 간 건강격차를 나타냈던 것에 비해, 여성노인의 경우는 취업 직업력 내에서 임금근로자 간 건강격차를 드러냈다. 이는 노동시장 내 불평등이 노년기 건강불평등으로 나타나는, 보다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직업력 간 건강격차가 여성노인 집단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임의적 변수 설정, 개체화된 분석, 인과관계 검증 등에 있어 분석의 한계를 지니나, 선행연구와 차별화하여 노인의 직업력에 주목하여 노인의 과거 직업이 노인의 현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특히 직업력이 청장년기 생애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는 특성을 지닌 만큼 생애사적 관점에서 노년기 건강불평등을 파악하였다는 측면이 두드러진다. 또한 성별에 따라 직업력이 상이하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영향도 동시에 분석하였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본 연구를 시작으로 향후 노년기 건강불평등을 생애사적 관점에서 파악하려는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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